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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 잔잔한 영화

by 로또이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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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의 크리스마스

개봉: 1998.01.24/ 재개봉:2013.11.06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정원), 심은하(다림)

러닝타임: 97분

1. "내 기억 속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한국의 멜로 영화를 소개합니다. 1998년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참 특이합니다. 한국인들이 사랑한 멜로 영화에 항상 회자되는 영화이고, 15년 만에 재개봉되어 많은 팬들에게 다시 사랑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한부 남자가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로 '한국 멜로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라고 평가되는 명작입니다. 주인공 '정원'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병원에 갔다가 텅 비어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앉아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독백합니다. 관객은 남자는 무슨 병에 걸렸고,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은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주인공은 얼마 살 수 업다는 것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정원'과 '다림'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두 사람도 엄청나게 운명적이고 우연한 만남으로 만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정원'은 동네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다림'은 사진관 근처에서 주차단속요원으로 일합니다. 첫 만남은 '다림'이 '정원'의 사진관에 사진을 맡기러 오면서 시작됩니다. 낯선 남녀가 사진을 맡기고 찾으면서 자주 만나고, 우연히 다른 곳에서도 만나게 되고, 호감을 갖고 대화를 하다가 한 날 가볍게 데이트를 하는 정도입니다. '정원'은 아픈 자신의 처지에 '다림'의 마음을 받아주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원'은 '다림'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정원'에게 혹시나 조금은 더 시간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다림'에게 '지금 당장 말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정원'은 '다림'에게 그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됩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남겨진 '다림'은 사진관 앞에서 몇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편지를 써서 사진관 안에 넣어 보기도 하고, 아무 말도 없이 떠난 '정원'에게 화가 나 사진관 전면 유리에 돌덩어리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끝내 '다림'에게 '정원'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연애가 흔하디 흔한 포옹이나 입맞춤 하나 없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하고 끝이 난다. 사람이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사랑'과 '죽음'을 지독하게도 평범한 일상 속에 담겨있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라는 '정원'의 독백과 '정원'의 영정사진으로 끝나는 아주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끝이 있는 삶을 다룬 휴먼 드라마가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몰아치는 파도보다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 같은 '정원'과 '다림'의 러브 스토리가 다른 멜로 영화 속의 연애 패턴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원'과 '다림'이 산책을 하면서 '다림'이 '정원'에게 조심스레 낀 팔짱, '다림'과 '정원'이 오토바이를 타면서 뒤에 탄 '다림'이 운전하는 '정원'의 품을 끌어안는 것 등 이렇게 조심스럽고 잔잔한 스킨십이 영화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의 전부입니다.  

2. 영화의 모티브, 故 김광석 씨의 영정사진

극 중 '정원'은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데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고 스스로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어둡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스스로 영정사진을 준비해둔 것입니다. 화면 속에서 아주 환하게 웃으며 영정 사진을 찍는데, 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제작한 허진호 감독이 한국의 가수 故 김광석 씨의 영정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故 김광석 씨의 환히 웃는 영정사진을 모티브로 '사진사'와 '영정사진'이 만나서 감동적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故 김광석 씨는 무수한 명곡을 남긴 채 30대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김광석 씨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그가 남긴 노래들은 아직까지도 전 세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멜로 영화를 찾고 있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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