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보이후드
개봉: 2014.10.23
국가: 미국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로렐라이 링크레이터
1. 한 소년의 12년의 성장과정을 담은 영화
2002년 6세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바로 <보이후드>의 주인공 '메이슨'역을 맡은 '엘라 콜트레인'입니다. 일반적인 보통의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담는다면 아역 배우, 청소년 배우, 성인 배우를 모두 따로 캐스팅하여 촬영합니다. <보이후드>는 6세 아이가 18세 소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매년 촬영하여 실제 배우가 자라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영화 촬영에도 12년이 걸린 셈입니다. <보이후드>는 영화의 새 역사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배우들은 12년간 촬영하였고, 영화의 전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자연스레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후드>는 '12년 동안 같은 배우와 제작진들이 함께 그린 영화'입니다. 여섯 살 '메이슨'이 열여덟 살의 청년이 되며 겪는 일을 통해 일상과 가족, 인생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 12년의 성장을 보여주는 미학적 해석
12년 동안 같은 배우와 제작진들이 만나 12개의 시퀀스를 찍는다는 것이 사실 엄청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영화를 찍었던 2002년에는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2010년대가 되면서 더 이상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방식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12년 동안 영화 촬영 기법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2002년 촬영본을 살리기 위해서 굉장히 고생을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매년 촬영을 하면서 12개의 시퀀스를 합치는 작업도 굉장히 고민스러웠을 것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1년이면 어마어마하게 자라있는데, 이 성장한 아이가 등장하는 부분이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독은 이 부분은 아주 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장면이 끝나고 다음 시퀀스가 시작될 때 이사를 하게 됩니다. 이삿짐을 싣고 차는 달려 새 집에 도착하게 되고 짐을 내리며 새로운 집에서 시작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흘러 자라 있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각 시퀀스 사이의 문턱을 없애서 부드럽게 '시간이 흘러 이렇게 진행되었다.'라고 이야기를 조율했습니다. 이 영화의 미학적인 목표는 '어떻게 한 사람의 세월을 표현할 것인가'였을 겁니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큰 이벤트 없이 굉장히 단조로워 보일 수 있습니다. 약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데 커다란 이벤트가 없습니다. 만약 이 소년이 성장하는 사이에 큰 사건이 일어나면 이 소년의 10년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큰 '사건'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사건'이 영화의 중심이 되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큰 사건은 배제하고 작은 사건(예를 들어 이사나 전학 등)을 켜켜이 쌓아서 주인공 '메이슨'의 세월을 묘사합니다. <보이후드> 속 소년에게 가장 큰 사건은 부모의 이혼과 결혼입니다. 새로운 가족들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반복되고 쌓이면서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를 배우게 됩니다. 영화는 아이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사건이 묘사되고 아이가 더 이상 만나거나 보지 못하는 것들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습니다. 러닝타임이 165분으로 약 3시간 정도 되는데 마지막 장면이 드라마틱한 장면은 아닙니다. 마지막 장면은 피크닉을 가는 장면인데 큰 산을 향해가면서 걸어갈 때 마치 내가 이 소년의 12년의 모든 순간에 함께했던 기분이 듭니다. 그런 세월의 느낌을 관객들이 느끼게 한다는 것은 미학적으로 감정적으로 감독이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보이후드>는 삶의 수많은 순간들이 모여서 잔잔한 강물을 이루어 흘러가는 것이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자라서 청년이 되는 긴 인생을 담아놓은 <보이후드>를 보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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